Axelar: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지급망을 잇는 상호운용성 인프라
1. 서론: 속도가 아니라 지급 구조의 문제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송금의 속도와 비용 문제를 개선할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려면, 전송 속도보다 온체인 전송 이후의 원화 전환 구조가 더 중요하다. 코인이 지갑 간에 빠르게 이전되는 것과, 해당 자산이 한국에서 원화로 전환되어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퍼블릭체인에서 이전된 자산이 원화로 지급되기 위해서는 자산 검증, 외환 규제 준수,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그리고 최종 지급 책임을 부담할 주체가 필요하다.
영란은행 부총재 사라 브리든(Sarah Breeden)은 디지털 화폐 환경에서 유의해야 할 위험으로 ‘담장 친 정원(walled gardens)’, 즉 서로 연결되지 않는 폐쇄적 결제 시스템의 파편화를 지적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며, 이는 어떤 형태의 화폐든 같은 가치로 교환되는 '화폐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을 지키기 위한 조건이다. 한국의 원화 지급망과 퍼블릭체인 위 스테이블코인 역시 아직은 별개의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 송금 논의의 초점은 주로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이전될 수 있는가"라는 토큰 단위 비교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과 규제기관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여러 발행사와 여러 체인에서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외환·정산·회계 프레임 안에서 일관되게 원화로 지급할 수 있는가?"
이 글은 그 질문을 따라간다. 한국의 원화 지급 구조와 외환 규제, 한국은행의 토큰화 결제 실험을 바탕으로, 퍼블릭체인 위에 흩어진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이 규제 안에서 원화로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게이트웨이 구조를 짚는다. 나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체인에 발행될 경우, 게이트웨이가 어느 체인의 어떤 자산을 동일한 원화 표시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호운용성 인프라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2. 원화 지급과 외환 규제의 기본 구조
2.1 현행 해외송금 인프라
한국의 해외송금과 외화 지급은 외국환거래법 체계 안에서 처리된다. 은행을 통한 외국환 송금은 시중은행의 외환 업무 절차를 거쳐 접수되고, 해외 지급은 환거래은행, 즉 코레스(correspondent banking)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송금인과 수취인의 은행이 직접 연결돼 있지 않으면 하나 이상의 중계은행을 거치며,이 과정에서 SWIFT는 자금을 직접 이전하는 결제망이라기보다, 은행 간 지급 지시를 전달하는 메시징 네트워크로 기능한다. 실제 자금 이동은 환거래 계좌의 차감과 입금으로 처리된다. 중계 단계가 늘어날수록 비용과 처리 시간이 증가하고, 송금 상태와 수수료 구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송금 영역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중계 구간을 건너뛸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비은행 송금 핀테크 역시 외환 규제 체계 안에서 운영된다.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 외환전산망 연결, 외환 전문 인력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거래 한도와 KYC·AML 의무도 적용된다. 한패스, 센트비, 트래블월렛 같은 핀테크는 낮은 비용과 편리한 사용자 경험으로 특정 코리도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왔지만, 이들 역시 외환 규제와 지급 책임 구조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국경을 넘는 모든 자금 이동은 외환 규제의 적용 범위 안에서 처리된다.
2.2 외국환거래법 개정과 규제 경계의 확장
2026년에는 이 규제 경계가 가상자산 기반 국경 간 이전까지 확장되었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대한민국과 외국 간 가상자산 이전 업무를 외환당국의 관리·감독 체계 안으로 편입하기 위한 등록제를 도입했다.
가상자산을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이전하는 업무를 영위하려는 사업자는 외환당국에 별도 등록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미등록 영업이나 부정한 방법에 따른 영업, 지급 절차 위반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등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송금의 가능성을 닫는 변화라기보다, 해당 구조가 규제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원화 지급으로 이어지려면, 온체인 이전 이후 외환 규제, KYC·AML, 정산 및 지급 책임을 처리하는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3. 허가형 토큰화의 도달 범위와 한계
3.1 프로젝트 한강과 Agorá
같은 시기, 한국은행은 토큰화 결제와 디지털화폐 기반 지급 구조를 국내외 두 축에서 실험하고 있다. 국내 결제 영역에서는 프로젝트 한강을, 국가 간 결제 영역에서는 BIS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Agorá를 추진한다. 두 프로젝트는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을 활용한 결제 구조를 실험하지만, 공통적으로 허가된 기관만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전제로 한다.
프로젝트 한강은 기관용 CBDC와 시중은행 예금토큰을 결합해, 예금토큰이 국내 지급결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프로젝트이다.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1차 실거래 파일럿에는 7개 시중은행과 약 8만 명의 이용자가 참여했고, 예금토큰 전환액은 약 16억 4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2단계는 2026년 3월 본격 추진됐고, 참여 은행은 기존 7개에서 9개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예금토큰 상용화 기반 구축, 개인 간 송금, 생체인증, 자동 입출금, 디지털바우처 등 프로그래밍 기능을 실험 대상으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성과의 규모보다 프로젝트 한강의 시행 구조다. 한강의 통합원장은 허가형(permissioned)이며, 한국은행은 이 시스템을 한은금융망과 직접 연계하지 않고 보안 USB를 통해 데이터를 이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외부 시스템과의 직접 연결을 제한한 허가형 구조에 가깝다. BIS와 IIF가 주도하는 Project Agorá는 토큰화 예금과 홀세일 CBDC를 활용해 국가 간 결제 구조를 실험하는 허가형 네트워크로, 7개 통화권의 중앙은행과 다수의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한다. Agorá는 기존 환거래은행 구조의 일부 요소를 전제로 하면서도, 토큰화된 중앙은행 화폐와 상업은행 예금을 활용해 국가 간 결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검증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3.2 허가형 토큰화 네트워크의 한계
두 프로젝트는 제도권 금융기관 간 토큰화 결제의 신뢰와 정합성을 검증한다. 그러나 어느 쪽도 퍼블릭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을 국내 원화 지급 체계로 직접 연결하는 구조는 아니다. 한계는 두 갈래로 드러난다.
첫째, 참여 통화권이 제한적이다. 한국의 국경 간 송금 수요는 주요 통화권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돼 있다. 따라서 허가형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만으로 모든 도착국 현지 통화 지급과 오프램프 문제를 포괄하기는 어렵다.
둘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유동성은 USDC와 USDT 등 퍼블릭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허가형 네트워크는 이 유동성을 직접 포괄하지 않는다. 결국 허가형 네트워크는 내부 정합성과 통제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이미 퍼블릭체인에 형성된 유동성을 직접 수용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따라서 핵심 과제는 허가형 네트워크의 통제성과 책임 구조를 유지하면서, 퍼블릭체인 기반 유동성과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문제는 허가형 네트워크를 퍼블릭체인으로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허가형 네트워크의 통제성과 책임 구조를 유지한 채 퍼블릭체인 기반 유동성을 어떤 접점에서 수용할 것인가로 이동한다.
4. 게이트웨이: 연결 구조의 설계 선택
4.1 게이트웨이의 정의
퍼블릭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서 실제 원화 지급으로 이어지려면, 온체인 이전 이후 원화 전환과 정산 처리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지갑 간 이전을 통해 환거래은행 네트워크의 일부 중계 구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온체인 이전만으로 원화 지급이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온체인 자산이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려면 토큰 수령 확인, 외환 규제 준수, KYC·AML 적용, 정산 기록 관리, 원화 계좌 또는 예금토큰 지급을 담당하는 오프체인 주체가 필요하다. 이처럼 퍼블릭체인 위 자산을 제도권 원화 지급망으로 연결하는 운영 접점을 이 글에서는 게이트웨이라고 명칭한다.
4.2 세 가지 연결 모델
국경 간 디지털 가치 이전이 한국의 원화 지급 체계로 연결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허가형 네트워크 단독 모델은 Agorá와 예금토큰 등 허가된 기관 중심의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규제 안정성은 높지만, 참여하지 않는 통화권과 퍼블릭 유동성을 포괄하기 어렵다.
퍼블릭 스테이블코인 단독 모델은 USDC·USDT 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직접 송금한다. 속도와 접근성은 높지만, 외국환거래법상 신고·등록 요건, KYC·AML 의무, 원화 지급 책임 구조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게이트웨이 모델은 은행 또는 규제 대상 사업자가 퍼블릭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원화 계좌 사이에서 외환 신고, KYC·AML, 정산 기록, 원화 지급 처리를 담당하는 구조다. 세 모델 중 게이트웨이 모델은 현재 규제·운영 환경에서 가장 현실적인 절충안에 가깝다. 퍼블릭체인의 개방성과 제도권 지급망의 규제 요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모델 | 구조 | 장점 | 단점 | 상호운용성 인프라의 역할 |
허가형 네트워크 단독 | CBDC·예금토큰 기반 허가형 결제망 | 규제 안정성, 책임 소재 명확 | 참여기관·통화권 제한, 퍼블릭체인 유동성 포괄 어려움 | 외부 유동성과 허가형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별도 계층 필요 |
퍼블릭 스테이블코인 단독 | USDC·USDT·원화 스테이블코인 직접 송금 | 속도, 접근성, 글로벌 유동성 | 외환 규제, KYC·AML, 원화 지급 책임 구조와의 정합성 확보 필요 | 단독 이전만으로는 제도권 지급망과의 연결 책임을 충족하기 어려움 |
게이트웨이 | 은행·VASP·커스터디가 온체인 자산을 원화 지급망과 연결 | 규제 수용성, 원화 지급 책임 구조 확보 | 게이트웨이 병목, 운영 리스크, 수수료 구조 발생 | 자산 인정, 메시지 검증, 정산 연결을 지원하는 상호운용성 계층 필요 |
4.3 게이트웨이의 사업적 의미
은행 입장에서 게이트웨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 기능이 아니라, 퍼블릭체인 기반 가치 이전을 제도권 원화 지급망으로 편입하는 새로운 사업적 위치를 의미한다.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수취·환전해 원화로 정산하는 과정에서 은행은 정산 수수료, 외환 스프레드,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 온체인 레일은 영업시간과 결제일에 묶이지 않으므로, 은행은 기존 환거래 구조보다 운영 시간 측면에서 유연한 정산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기반 이전이 정식 금융권의 KYC·AML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우려해 온 무허가 외환거래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5. 멀티체인 상호운용성과 Axelar
5.1 게이트웨이의 핵심 기술 과제
게이트웨이의 운영 주체가 정해지더라도, 멀티체인 환경에서는 별도의 기술적 과제가 남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퍼블릭체인에서 동시에 발행될 경우, 게이트웨이는 어느 체인의 어떤 토큰을 동일한 원화 표시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때 핵심 기준은 지원 체인의 수가 아니라, 발행자가 공식적으로 통제하고 인정하는 체인 간 이전 방식이다. 단순히 자산을 다른 체인에 복제한 래핑(wrapping) 토큰은 원 발행자의 상환 책임과 직접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한 체인에서 토큰을 소각하고 다른 체인에서 재발행하는 방식은 발행사가 단일한 공식 토큰 상태를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게이트웨이가 공식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토큰을 원화 지급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해당 구조는 신뢰의 접점이 아니라 운영 리스크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는 Circle의 CCTP가 소각 후 재발행 구조를 통해 체인이 달라도 공식 USDC 상태를 유지하는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CCTP는 USDC라는 단일 자산에 특화돼 있다. 발행 주체와 체인이 다양해질 원화 스테이블코인 환경에서는, 특정 자산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체인과 여러 토큰의 상태를 일관되게 연결·검증할 수 있는 범용 상호운용성 계층이 필요하다.
5.2 발행자–인프라 역할 분리
이 맥락에서 Axelar는 멀티체인 환경에서 게이트웨이가 필요로 하는 상호운용성 기능을 설명하는 참조 모델로 볼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퍼블릭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체인에 분산될 경우, 게이트웨이는 자산 인정, 메시지 검증, 퍼블릭·허가형 네트워크 간 연결 기능을 필요로 한다. Axelar는 이러한 기능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설명할 수 있는 인프라 사례다.
핵심은 역할 분리다. Axelar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고 KYC/AML도 수행하지 않는다. 발행·준비금 관리·상환 약정·고객확인의 책임은 규제 대상 금융기관, 즉 은행·커스터디·VASP에 그대로 남는다. Axelar는 발행자의 정책과 자산 상태가 여러 체인에서 일관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발행 인프라 계층으로 작동한다.
게이트웨이가 원화 전환과 지급 책임을 맡는다면, 상호운용성 인프라는 그 책임이 여러 체인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실행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계층이다. 은행이나 규제 대상 사업자가 온체인 자산을 원화 지급 대상으로 인정하려면, 해당 자산이 어느 체인에서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정산 지시가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Axelar는 이 과정에서 자산 상태의 일관성, 체인 간 메시지 검증, 네트워크 간 연결을 지원하는 상호운용성 인프라로 기능한다.
5.3 ITS(Interchain Token Service): 자산 인정의 표준화
ITS는 하나의 토큰이 여러 체인에서 발행·이전되더라도 동일한 공식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체인마다 별도의 래핑 토큰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ITS가 제공하는 방식 가운데 소각·재발행(Burn-and-Mint)을 사용하면, 어느 체인에 존재하더라도 동일 발행자의 공식 자산으로 관리될 수 있다. 발행자는 총량과 체인별 유통량을 통제하고, 사용자는 체인이 달라지더라도 동일한 자산을 사용하는 경험을 얻을 수 있다.
5.4 GMP(General Message Passing): 정산의 연결
GMP는 체인 간 상태 변화, 수취 요청, 상환 또는 정산 지시를 검증 가능한 메시지로 전달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한 체인의 스테이블코인을 원화 지급으로 전환하려는 경우, 게이트웨이는 온체인 입금 이벤트를 확인하고 발행사 또는 정산 시스템에 필요한 검증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이 계층은 게이트웨이가 온체인 이벤트를 어떤 기준으로 확인하고, 어떤 정산 지시로 처리할지에 대한 운영 절차를 표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5.5 Interchain Amplifier: 허가형 네트워크 연결과 기관 검증 참여
한국 맥락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Axelar의 연결 범위가 퍼블릭체인 간 이동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xelar의 Interchain Amplifier는 기존 Axelar 네트워크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체인을 별도의 검증 구조를 통해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토콜이다. 연결 대상은 EVM 계열에 한정되지 않으며, 비EVM 체인뿐 아니라, 기관용 허가형 네트워크와의 제한적 연동 구조도 별도 설계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연결의 보안을 검증하는 베리파이어(Verifier)로 연동 당사자인 기관이 검증 구조에 참여하는 방식도 설계할 수 있다. 베리파이어는 특정 체인 연결에 대해 AXL을 예치하고, 해당 연결에서 발생하는 거래 또는 메시지의 유효성을 검증·서명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기관이 외부 상호운용성 인프라를 단순 이용자 입장에서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 검증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한강과 같은 허가형 원장 모델에서도, 네트워크 자체를 전면 개방하지 않고 통제된 연결 지점을 설계하는 접근을 검토할 수 있다.기관이 검증 구조에 참여해 해당 연결 지점의 보안과 안정성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허가형 네트워크의 신뢰 모델을 유지하면서 외부 멀티체인 유동성과 연결되는 구조를 모색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허가형 네트워크의 딜레마, 즉 통제 가능성은 높지만 외부 유동성과 단절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참조 모델이 될 수 있다.
6. 결론: 누가, 무엇으로 잇는가
앞으로의 경쟁은 전송 속도 자체보다, 분산된 온체인 유동성을 규제 체계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원화 지급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한패스·센트비 같은 핀테크는 이미 특정 송금 구간에서 낮은 수수료와 빠른 지급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레일이 모든 송금 구간에서 기존 인프라 대비 일관된 비용 우위를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빠른 전송 그 자체보다, 온체인 이전 이후 외환 규제, KYC·AML, 정산 기록, 지급 책임을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운영 구조다.
‘누가’의 답은 은행을 중심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초기에는 은행이 발행, 준비자산 관리, 자금세탁방지 등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입법 논의 과정에서는 시중은행이 지분 과반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발행 주체로 두는 방안도 거론됐다. 구체적 발행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는 게이트웨이 관련 인허가 요건과 준비자산 관리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은행 또는 은행 중심 구조가 제도 논의에서 중요한 축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존에 환전과 송금 접수를 담당하던 은행은 향후 퍼블릭체인 기반 가치 이전과 제도권 원화 지급망 사이의 전환 책임을 맡는 주체로 확장될 수 있다.
‘무엇으로’의 답은 상호운용성 기반의 연결 계층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체인에 존재하는 한, 게이트웨이는 어느 체인의 어떤 자산을 동일한 원화 표시 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은 검증 가능한 상호운용성 인프라 위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Axelar의 ITS와 GMP, 그리고 기관이 검증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Interchain Amplifier는 자산 인정과 정산 연결을 설명하는 하나의 참조 모델이다. 은행이 게이트웨이의 책임 주체라면, 이러한 상호운용성 인프라는 게이트웨이의 책임이 여러 체인 환경에서도 일관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기반이 된다.
서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여러 발행사와 여러 체인의 스테이블코인을 외환·정산·회계 프레임 안에서 일관되게 원화로 지급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누가 더 빠르게 전송하느냐보다, 분리된 결제망 사이에 존재하는 유동성을 규제 체계 안에서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원화 지급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티클 핵심 정보 출처
Bank of England (2025) - International Payment Rails: The Value of a Harmonised Gauge
매일경제 (2026) - 외환거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코인 해외이전 사업자 재경부 등록 의무화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프로젝트 한강 1차 실거래 파일럿 결과보고서
Circle - Cross-Chain Transfer Protocol (CCTP)
Axelar Docs - Interchain Token Service
Axelar Docs - General Message Passing
Axelar Docs - Introduction to the Interchain Amplifier
Axelar Docs - Become an Amplifier Ver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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