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TO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 제언

한국은 STO(토큰증권) 법안 통과로 자본시장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STO 시장을 기술적·구조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고, 현행 KSD 모델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상호운용성 기술의 필연성을 논하며, 국내 자산의 글로벌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Feb 02, 2026
한국 STO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한 제언

1. 들어가며: 토큰증권 법제화가 가져올 자본시장의 혁명

2026년 1월 15일, 대한민국 자본시장은 역사적 분기점을 맞이했다. 수년간의 논의와 기다림 끝에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며 토큰증권(STO)이 마침내 정식 제도권 금융 안으로 편입된 것이다. 이번 입법은 새로운 투자 상품의 등장을 넘어, 자본시장이 블록체인 기술을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수용하고, 그간 증권화되지 못했던 다양한 비정형 자산을 포용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에 남은 약 1년의 시간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고 최적의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의 전략적 선택이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2. 자산의 혁신과 인프라의 단절: 왜 한국형 STO는 각자도생을 택했는가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 제도는 열렸으나, 실제 자산과 자본이 흐르는 길은 여전히 기술적 사일로(Silo)와 파편화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각 기관이 구축한 기술적 장벽은 유동성의 흐름을 방해하는 거대한 댐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장에서는 법제화가 가져온 발행과 유통의 자유가 역설적으로 어떻게 시장의 파편화를 초래했는지, 그리고 그 구조적 한계를 면밀히 분석해보고자 한다.

2.1 법안 통과: 발행과 유통의 자유

이번 양대 법안 개정의 핵심은 분산원장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이하 블록체인) 기술을 공식적인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한국예탁결제원(KSD)의 중앙 서버에 기록된 것만 증권으로 인정받았으나, 이제는 분산원장에 기재된 권리 변동 기록이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한 법적 권리 추정력을 갖게 되었다.

출처: 금융위원회

변화의 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발행의 자유다. 전자증권법 개정으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제도가 신설되었다.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라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토큰증권을 발행하고, 자신이 구축한 분산원장에서 권리 변동을 기록·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조각투자 사업자나 관련 기업이 블록체인 노드(Node)를 운영하며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둘째, 유통의 자유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유통이 불가능했던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에 대한 유통 규제가 정비되었다. 특히 장외거래중개업이 신설됨으로써, 정규 거래소가 아닌 장외 시장에서도 다자간 상대매매 방식의 토큰증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미술품, 한우,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되어 거래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2.2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등장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법안은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라면 독자적인 분산원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기술적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결과적으로 파편화를 초래했다. 해킹이나 장애 발생 시 발행인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고려할 때, 타사의 플랫폼에 의존하기보다 통제 가능한 독자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발행인에게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KSD)

2.2.1 발행 시장: 뿌리 깊은 파편화

법안 통과가 지연된 지난 시간은 기술적 파편화가 가속화된 시기였다. 불확실한 제도 시행을 기다려야 했던 기업들은 공백기 동안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이해관계가 맞는 파트너들과 연합을 결성하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제도권 편입을 사전에 대비한 결과, 서로 호환되지 않는 사일로(Silo)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미 2024년부터 주요 증권사들은 단순한 업무 협약(MOU)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독자 시스템을 구축하며 각자도생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은 기존의 단순 협력을 넘어, 2024년 블록체인글로벌과 함께 금융권 특화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인 펄스(PULSE)를 본격 가동했다. 이는 단순히 STO 플랫폼을 만드는 것을 넘어, 아예 별도의 금융 특화 메인넷 생태계를 구축하여 시장의 기술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독자 노선 선언이다.

시장 구도는 대형사 독자 노선과 코스콤 연합군으로 뚜렷하게 갈라졌다. 코스콤은 키움증권을 필두로 메리츠, 대신, 유안타, BNK, DB, IBK, iM증권 등 8개 증권사와 손잡고 토큰증권 공동 플랫폼 개발에 착수하며 표준화된 생태계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 한국투자, NH, KB 등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초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자체 시스템 개발을 마치고 코스콤의 공동망에 참여하지 않은 채 각자의 사일로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과 결성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통해 2024년 들어 공동 인프라 구축 및 시스템 연동 테스트를 완료했다. 이들은 타 연합과 섞이지 않는 독자적인 초거대 단일망을 완성해둔 채 법안 시행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통 채널과 콘텐츠 중심의 생태계도 독자적으로 굳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의 시스템 연동 테스트를 마치고 한국투자 ST 프렌즈의 기술적 완결성을 확보했다. NH투자증권 또한 STO 비전그룹을 통해 조각투자사들과의 시스템 검증(PoC)을 2024년 내내 지속하며, 자체 플랫폼의 폐쇄적 생태계를 더욱 단단히 다졌다.

주요 플레이어들은 서로 다른 기술 스택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법이 발행인에게 원장 관리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에, 각 사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자사 상품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을 택했다.

2.2.2 유통 시장: 3파전의 서막

여기에 유통 시장의 경쟁이 가세했다. 2025년 10월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토큰증권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를 두고 3개 진영이 경쟁하고 있다.

  • (가칭) KDX: 키움증권, 교보생명, 카카오페이증권이 주도하는 연합.

  • (가칭) NXT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와 신한투자증권이 중심이 된 연합.

  • 루센트블록: 하나증권 등 증권사들의 투자를 유치하며 스타트업 주도로 도전장을 내민 진영.

출처: 금융위원회

이는 금융당국이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발행과 유통의 원칙적 분리를 제도화한 것이며, 현재 2개사의 금융위원회 예비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유통 시장 또한 단일 거래소가 아닌 복수의 거래소가 경쟁하는 구조로 나뉘게 된다.

결국 시장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 다수의 프라이빗 체인으로 분화되고 있다. 법안은 분산원장의 정의를 다수 참여자에 의하여 기록되고 공동 관리되는 장부로 규정했지만, 실제 구현되는 모습은 각 기관이 관리 효율과 보안을 위해 구축한 단절된 사일로(Silo)의 집합에 가깝다.


3. 구조적 필연성: 비정형성이 낳은 다중 원장의 딜레마

토큰증권 법제화가 가져온 구조적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자본시장 인프라인 주식 시장의 시스템을 대조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기술적 파편화는 제도 도입 과정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기존 중앙 집중형 시스템과 토큰증권이 지향하는 기술 사이의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3.1 단일 원장의 효율성 vs 다중 원장의 파편화

전통적인 주식 시장에서 내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옮기는 것(타사대체출고)은 매우 간단하다. KRX(한국거래소) 시장에서 증권의 인도는 한국예탁결제원(KSD)에서의 계좌 대체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대금 결제는 결제 은행을 통해 진행된다. 투자자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옮기는 타사대체출고가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되는 이유는 KSD라는 거대한 중앙 서버에 존재하는 단일 원장에서 소유자의 꼬리표만 바꾸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법률 용어로 계좌 대체(Book-entry Transfer)라고 한다. 모든 유저가 하나의 장부를 공유하기에 가능한 압도적인 효율성이다.

한국거래소의 청산 및 결제 절차 - 출처: KRX

In KRX Markets, delivery of securities is carried out by the method of book-entry transfer at KSD (Korean Securities Depository) and cash payments are carried out through settlement banks (Bank of Korea or commercial banks designated by KRX).

KRX(한국거래소) 시장에서 증권의 인도는 한국예탁결제원(KSD)에서의 계좌 대체(Book-entry transfer)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대금 결제는 결제 은행(한국은행 또는 KRX가 지정한 시중 은행)을 통해 진행됩니다.

Introduction to Trading at KRX Stock Market 2011 - 출처: KRX

그렇다면 왜 STO는 기존의 효율적인 단일 원장 방식을 버리고, 굳이 복잡한 다중 원장(Multi-Ledger)을 택했을까? 단순히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획일화된 단일 장부로는 담아낼 수 없는 자산 권리의 비정형성 때문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매매와 배당이라는 규칙이 표준화된 상품이다. KSD 서버는 이 표준 규칙만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토큰증권의 대상인 미술품, 한우, 음원 저작권 등은 자산마다 권리 행사의 조건과 수익 배분 로직이 판이하게 다른 비정형적 증권이다.

  • 음원 저작권: 매일 발생하는 스트리밍 데이터에 따라 저작권료를 즉시 정산해야 하는 고유의 로직이 필요하다.

  • 부동산/미술품: 매각 시점의 조건부 수익 배분이나,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른 복잡한 권리 관계를 반영할 수 있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제각각인 수백 가지의 비즈니스 로직을 하나의 중앙 서버(단일 원장)에 담으려 한다면, 혁신적인 상품을 설계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이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을 허용한 취지 역시, 각 자산의 특성에 맞는 장부를 발행사가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각자가 내 자산에 최적화된 장부를 따로 구축한 결과, 시장 전체로 보면 표준이 부재한 파편화된 상태가 되었다. 결국 자산의 혁신(비정형성)을 수용하기 위해 통일성을 희생한 결과, 우리는 필연적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다중 원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3.2 한국형 STO의 갈라파고스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발행-유통 분리 원칙과 자산의 다양성을 수용하자, 우리는 발행도 쪼개지고 유통도 쪼개진 시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A증권사의 독자 체인에서 발행된 토큰이 KDX 거래소로 이동하거나, B증권사 체인의 토큰이 NXT 거래소에서 거래되려면, 서로 다른 언어(프로토콜)를 쓰는 장부들 사이에 신뢰를 검증하고 데이터를 안전하게 옮겨줄 연결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분산원장의 총량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KSD는 각 발행사의 분산원장에 직접 노드(Node)로 참여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총량 불일치 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으나, 기술적으로는 모든 체인을 개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확장성의 한계(Trade-off)를 갖게 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가 말하듯, 토큰증권의 혁신성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확장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프라 구조는 안정성을 위해 개방성을 일부 유보한 형태이며, 자칫 한국만의 닫힌 갈라파고스로 남을 우려가 있다.

바야흐로 한국형 STO는 법적 토대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사일로로 인한 유동성 동맥경화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음 챕터에서는 현재 KSD가 추진 중인 인프라의 기술적 구조를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면밀히 분석해본다.


4. 현황 분석: KSD의 직접 연결 모델과 그 비용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장은 이미 파편화되었다. 이제 문제는 "이 흩어진 장부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전자증권법상 총량관리기관으로서 2024년 하반기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사업을 발주하며 본격적인 인프라 실증에 나섰다.

KSD가 선택한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직접 노드 참여(Direct Node Participation) 모델이다. 우리는 KSD의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그 구조적 특성과 한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4.1 KSD의 선택: 모든 사일로에 감시탑을 세우다

KSD의 접근 방식은 확실한 통제와 감독을 지향한다. 발행인이 구축한 분산원장(블록체인)을 외부에서 단순히 모니터링하는 수준을 넘어, KSD가 직접 해당 체인의 노드(Node)로 참여하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는 방식이다.

공개된 제안요청서(RFP)와 구조도를 보면, KSD의 시스템은 ①총량관리시스템, ②노드배포관리시스템, ③분산원장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핵심은 KSD가 "시장의 모든 분산원장에 노드로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즉, 미래에셋증권의 체인에도, NH투자증권의 체인에도 KSD의 총량관리 노드(Node)를 하나씩 설치하고 직접 데이터를 동기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방식이다. 발행인이 임의로 토큰을 더 찍어내거나(초과 발행) 장부를 조작하려 해도, KSD가 노드로 참여해 감시하고 있으므로 즉각적인 탐지가 가능하다. KSD가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참여해 거래 내역을 직접 검증하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이 안정성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확장성의 대가는 만만치 않다. 시장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KSD가 관리해야 할 노드의 수와 데이터 전송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이는 중앙 관리 시스템의 운영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4.2 N가지 표준의 딜레마: KSD, 만능 통역사가 되다

문제는 시장에 존재하는 블록체인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데 있다. KSD는 RFP(제안요청서) 내 총량관리노드 구축 요건에서 구축 대상 기술로 Hyperledger Besu, Hyperledger Fabric, Klaytn(현 Kaia)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한 기술들을 명시했다. 이는 KSD가 사실상 일종의 만능 통역사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 A 증권사(Hyperledger Fabric): KSD는 Fabric 노드를 구축하고 해당 SDK를 통해 통신해야 한다.

  • B 증권사(Klaytn(현. 카이아)/EVM): KSD는 EVM 호환 노드를 구축하고 RPC 통신을 해야 한다.

  • C 조각투자사(Proprietary Chain): 또 다른 규격의 노드를 설치해야 한다.

토큰증권 Test-bed 플랫폼 구축사업 제안요청서 - 출처: 한국예탁결제원

지금은 참여 기관이 소수이기에 관리가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향후 시장이 성숙하여 발행사가 수십 개 이상으로 늘어난다면? KSD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수십 개의 노드를 중앙 센터에서 유지보수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각 체인의 합의 알고리즘이 다르고, 업데이트 주기가 다르며, 데이터 표준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를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은 높은 관리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

결국 KSD는 다양한 분산원장과의 네트워크 연계 및 통신을 위해 복잡한 게이트웨이와 인터페이스를 일일이 개발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4.3 총량 관리의 한계: 감시는 가능하나 이동은 어렵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시스템이 자산의 이동보다는 총량의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KSD 시스템의 주 목적은 "분산원장에 기록된 거래정보를 수집하여 발행총량과 유통총량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즉, A장부와 B장부의 숫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감사(Audit) 기능에는 최적화되어 있으나, A장부의 자산을 B장부로 옮겨주는 이동(Bridge) 기능은 설계의 핵심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의 요구는 다르다.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가 자유롭게 '타사대체출고'를 통해 증권사를 옮길 수 있듯, 토큰증권 투자자 역시 더 나은 유동성이나 서비스를 찾아 내 자산을 A증권사에서 B증권사로 이동시키거나, 해당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 상품에 접근 할 수 있어야한다.

문제는 현재 구조에서 투자자가 A증권사 계좌의 토큰을 B증권사 계좌로 옮기려면, 블록체인 간의 직접 전송(Inter-chain Transfer)이 아니라, 토큰을 잠금(Lock) 또는 소각(Burn)하고 반대편에서 재발행(Mint)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서로 다른 기술 스택을 가진 체인 간에 원자성(Atomicity, 동시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특성)을 보장하며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은 단순한 총량 조회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KSD는 안정성을 위해 직접 연결이라는 폐쇄적인 인트라넷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고립이 아닌 연결과 자유로운 유동성의 흐름이다. 각기 다른 언어(프로토콜)로 구축된 수십 개의 사일로(Silo)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 한계에 봉착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연결, 즉 검증된 상호운용성 솔루션을 통한 인프라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5.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프라 전략

법제화는 분명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직접 연결 중심의 인프라 모델은 확장성 측면에서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한국의 토큰증권 시장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과 동기화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전략적 제언을 통해 글을 맺고자 한다.

5.1 글로벌 표준과의 동행: 개방형 생태계로의 전환

한국 금융 시장은 지금 중요한 도약의 변곡점에 서 있다. 과거 우리 IT 산업이 독자적인 기술 규격을 고집하다 글로벌 웹 표준과의 호환성 문제로 갈라파고스화를 겪었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시장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표준과의 호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J.P. Morgan과 Deutsche Bank 등 글로벌 선도 금융 기관들의 선택은 명확하다. 그들은 프라이빗 체인의 보안성과 통제력을 유지하면서도, 퍼블릭 체인의 거대한 유동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개방형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형 STO 역시 우리만의 사일로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연결된 금융 환경을 지향할 때 비로소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5.2 KSD와 금융당국: 효율적인 관리 체계 구축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규제 정합성과 기술적 확장성의 조화다. 한국예탁결제원(KSD)이 수행하는 총량 관리 및 감독의 역할은 시장의 신뢰를 지탱하는 역할로서 필수불가결하다. 다만, 이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물리적인 직접 연결보다는 기술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

모든 발행사의 노드에 직접 참여하여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현재의 방식은 강력한 통제력을 제공하지만, 시장 참여자가 급증할 경우 발생하는 관리 비용과 엔지니어링 부하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검증된 상호운용성 프로토콜을 미들웨어로 활용하는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 방식을 통해 KSD는 개별 체인의 기술적 파편화를 일일이 관리하는 부담을 덜고, 데이터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유연한 감독 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5.3 증권사와 발행사: 자산 가치의 극대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으로서 증권사와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과의 정합성을 확보하여 한국형 토큰증권 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정당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

K-콘텐츠, 우량 상업용 부동산, IP(지식재산권) 등 한국의 매력적인 기초자산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없이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부터 타 플랫폼 및 글로벌 유동성과의 연결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범용적인 메시징 기술과 상호운용성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자사 플랫폼의 토큰이 다양한 생태계와 안전하게 연결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한국형 STO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는 지름길이다.

5.4 연결을 통한 금융 혁신의 완성

2026년 1월 토큰증권 법제화의 완성은 한국 자본시장의 대전환을 알리는 서막이다. 입법을 통해 시장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상황에서, 기술적 상호운용성 확보는 한국형 STO가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연결은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참여자 모두의 이익 증대로 이어진다. 물리적인 제약을 넘어 소프트웨어적인 연결을 구현하는 상호운용성 기술은 다중 원장 시대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한국 STO 시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단절된 사일로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연결된 개방형 생태계를 향한 인프라 혁신이 한국 STO 시장의 글로벌화를 완성하기를 기대한다.


아티클 핵심 정보 출처

법무법인 율촌 - 토큰증권(STO) 관련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법무법인 세종 - 모든 자산의 토큰화,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가져올 금융혁명

법무법인 태평양 - 토큰증권 발행·유통(STO) 제도화를 위한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정무위 통과

한국예탁결제원 - 토큰증권 Test-bed 플랫폼 구축사업 제안요청서

자본시장 연구원 - 토큰증권 발행ㆍ유통 제도 구축에 있어서의 주요 이슈 및 발전 방안

한국예탁결제원 - 토큰증권 Test-bed 플랫폼 오픈

금융위원회 -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신청 접수결과

자본시장 연구원 - 토큰증권 발행ㆍ유통제도 구축에 있어서의 주요 쟁점

KRX - Introduction to Trading at KRX Stock Markets

면책 조항

본 보고서의 내용은 단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법률, 비즈니스, 투자 및 세무 자문을 위한 권고나 근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특정 자산이나 증권은 정보 전달만을 위한 것으로, 해당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제안이나 투자 권유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모든 투자 결정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본 보고서는 회계나 법률적 판단의 지침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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