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토크노믹스, 기관 채택의 숨겨진 '회계 장벽'
1.1 기관 채택의 가속
2024년 크립토 시장의 서사를 이끈 핵심 키워드는 '기관 채택'이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거대 자산 운용사가 주요 현물 ETF(BTC, ETH 등)를 출시하며, 암호화폐는 월스트리트의 제도권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섰다.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시장의 가격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긍정적 신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기관 채택의 '전부'인지, 아니면 '시작'에 불과한지 냉철하게 구분해야 한다. ETF는 기관이 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는 '운용사(Asset Manager)' 모델이다. 이는 자산이 수탁 기관의 콜드월렛에 보관된 채, 온체인 활동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는 '격리된(Caged)' 채택에 가깝다. 가격은 상승했지만, 네트워크 본연의 활동성이 그에 비례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것이 그 방증이다.
이제 시장은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바로 기관이 자산을 단순 투자를 넘어, 기업의 '재무 자산(Treasury Asset)'으로 직접 활용하는 DAT(Digital Asset Treasury) 모델이다.
이는 MicroStrategy, Evernorth(XRPN) 등이 보여주듯, 자산을 기업의 결제, 유동성, 담보 시스템에 직접 '통합'하는, 현재 진행형인 트렌드다. ETF가 '가격'을 제도권에 편입시켰다면, DAT는 '네트워크' 자체를 기업의 재무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더 근본적인 움직임이며, 네트워크 펀더멘털 자체를 성장시킨다.
1.2 토크노믹스 = 회계 정책
하지만 이 새로운 DAT 트렌드는 ETF가 겪지 않았던, 새로운 장벽에 직면해 있다. 바로 '회계 처리의 복잡성'이다.
기관의 재무팀과 감사 법인에게, '토크노믹스(발행, 소각, 보상)'는 투기적 변수가 아닌 엄격한 '회계적 기준'이다. 자산의 총공급량이 유동적이거나(ETH, SOL), 예측 불가능한 이자 수익(스테이킹)이 발생한다면, 이는 기업 대차대조표에 반영하는 순간 '재무제표의 리스크'가 될 위험이 있다.
본 아티클은 ETH, SOL, XRP라는 대표 암호화폐의 토크노믹스를 투자의 관점이 아닌, 기관의 '회계 감사' 관점에서 심층 비교 분석한다. '회계 장벽'을 통과하는 자산만이 진정한 '경제형 채택'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3대 자산의 통화 정책 비교 (ETH vs. SOL vs. XRP)
기관 재무팀의 관점에서, 자산의 통화 정책(토크노믹스)은 '예측 가능성'과 '회계 처리의 명료성'이라는 두 가지 잣대로 평가된다. 이 기준에서 ETH, SOL, XRP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를 보여준다.
2.1 ETH: 정책적 디플레이션
이더리움은 '더 머지(The Merge)' 이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며, 구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자산이지만 운용 단계에서 디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적 디플레이션(Policy-driven Deflation)' 모델을 채택했다.
발행 (인플레이션 요인): 밸리데이터(Validator) 보상을 위해 새로운 ETH가 지속적으로 발행된다.
소각 (디플레이션 요인): EIP-1599 도입으로 네트워크 거래 수수료의 일부가 자동 소각된다.
결과적으로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아 '소각량 > 발행량'이 되는 특정 시점에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네트워크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언제든 다시 인플레이션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 즉, 디플레이션은 '관리되는 결과물'일 뿐, 코드 레벨에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2.2 SOL: 통제형 인플레이션
솔라나는 아예 '통제형 인플레이션(Controlled Inflationary)' 모델을 따른다. 이는 디플레이션이 아닌, 인플레이션율을 예측 가능하게 '제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설계다.
발행 (인플레이션 요인): 초기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약 8%에서 시작하며, 이 비율이 매년 15%씩 점진적으로 감소(감쇠 구조)하여 장기적으로 약 1.5~2% 수준에서 안정화되도록 설계되었다.
소각 (인플레이션 억제): 발생하는 트랜잭션 수수료의 약 50%가 소각되어, 실질 인플레이션율(Real Inflation Rate)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공급은 계속 늘지만 그 속도를 제어하는 모델'로, 기관 DAT 관점에서는 ETH보다 예측 가능할 순 있으나, 근본적으로 가치가 희석되는 자산을 재무 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2.3 XRP: 구조적 디플레이션
XRP는 앞선 두 자산과 달리 태생부터 '구조적 디플레이션(Structural Deflationary)' 자산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정책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하는 '운용형' 모델이 아닌, 프로토콜 코드 레벨에서 '보장'되는 모델이다.
발행 (원천 차단): 최초 1,000억 개가 한 번에 발행된 뒤, 추가 발행 기능이 코드 레벨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 종종 혼동하는 리플사의 에스크로 해제는 '신규 발행'이 아닌 '기발행 물량의 시장 유통'일 뿐, 총공급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소각 (100% 실행): 밸리데이터에게 보상으로 신규 발행 토큰을 지급하지 않는다. 대신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 수수료는 전량 영구 소각된다.
XRP의 공급량 곡선은 오직 '감소'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작동한다. 네트워크 사용량이 0이 되더라도 총공급량은 절대 늘어나지 않으며(현상 유지),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소각 속도가 빨라져 총공급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3. 기관 채택의 갈림길: 'AM(운용사)' vs 'DAT(재무)'
2장에서 분석한 토크노믹스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적 상이점을 넘어,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할지 결정하는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기관 채택에는 두 가지 상이한 모델이 존재하며, 이 둘은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3.1 모델 비교 분석
3.1.1 운용사(AM) 모델: '가격 펀더멘털' 중심
AM 모델(Bitwise, BlackRock 등의 ETF)은 디지털 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로 편입하는 역할이다.
자금 유입이 크지만, "자산은 수탁기관에 보관되어 온체인 활동이 없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트랜잭션, 결제, 수수료 사용에는 직접적 기여가 적고, "온체인보다는 시장가격(Secondary Market) 중심의 영향"을 받는다. 즉, "가격 펀더멘털"을 강화하지만, "네트워크 펀더멘털"에는 약한 구조다.
3.1.2 디지털 자산 재무(DAT) 모델: '네트워크 펀더멘털' 중심
반면 DAT 모델(MicroStrategy, Evernorth XRPN)은 자산을 '운용 목적'이 아닌 '재무 자산(Treasury Asset)'으로 보유한다. 이는 단순히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게 아니라 "자체 비즈니스의 결제·유동성·담보·회계 시스템에 자산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하며, 자산이 온체인에서 직접 사용된다. (결제, 담보, 스테이블 연동).
수탁, 재무, 결제 인프라(Ripple Custody, GTreasury 등)와 연결되며, "기업 재무부(Corporate Treasury)와 네트워크 간 양방향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즉, "네트워크의 경제활동"을 직접 키우는 구조다.
항목 | 운용사(AM) 모델 (예: ETH ETF) | DAT 모델 (예: Evernorth XRPN) |
|---|---|---|
토큰 가격 | 상승 압력 있음 (매수세 유입) | 중장기 상승 압력 (지속적 매수 + 락업) |
온체인 트랜잭션 | 미미 (수탁기관 지갑에 보관) | 급증 (결제, 담보, 유동성 활용) |
스테이블/RWA 통합 | 거의 없음 | 활성화 (RLUSD, RWA 결제 연동) |
네트워크 채택도 | 간접적 (심리, 평가 측면) | 강함 (기관·기업의 직접 참여 구조) |
주요 효과 | "가격 펀더멘털" 강화 | "네트워크 펀더멘털" 강화 |
표1. 두 모델의 네트워크 효과 비교
이 처럼 두 모델이 네트워크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극명하게 갈린다. AM 모델이 '가격'을 부양한다면, DAT 모델은 '실제 경제 활동'을 견인한다.
3.2 AM 모델의 한계
우리는 AM 모델(ETF)의 한계를 데이터로 목격할 수 있다. ETF 승인 이후의 자금 흐름과 네트워크 활성도를 비교해보면, "가격과 가치는 상승했으나(A→B), 생태계는 성장하지 않은(A≠C)" 디커플링 현상이 발견된다.
이는 AM 모델이 자산을 수탁기관에 '가두기'만 할 뿐,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사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함을 증명한다.
3.2.1 ETF 자금 유입: 가격 상승의 주동력 (A → B)
2024년 1월 BTC ETF 승인 이후, 차트의 녹색 막대(Net Flows)가 보여주듯 막대한 기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다.
분석: 이 거대한 매수세는 BTC 가격(검은 선)을 신고점(ATH)으로 올리는 직접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즉, "기관 자금(A)이 가격(B)을 견인한다"는 증명되었다.
3.2.2 활성 주소와 트랜잭션: 멈춰버린 네트워크 (But A ≠ C)
하지만 '가격'이 아닌 '네트워크 본연의 활성도'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실사용자 지표(활성 주소)와 활동량 지표(트랜잭션)는 정체되었다.
활성 주소 수 (Active Addresses): 가격은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네트워크의 실사용자를 나타내는 활성 주소 수(주황색 선)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는 신규 자금이 네트워크 위에서 지갑을 개설하고 활동하는 '실제 유저'가 아니라, 단순히 숫자로만 존재하는 '투자자'임을 시사한다.
트랜잭션 수 (Transactions): 온체인 경제 활동을 대변하는 트랜잭션 수 역시 가격 상승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구간의 스파이크는 오디널스/룬즈 등 특정 이슈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뿐, 전반적인 추세는 정체되어 있다.
위 데이터들은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ETF는 자산을 제도권으로 가져왔지만, 동시에 자산을 온체인 생태계와 격리된 '수탁사의 금고'에 가둬버렸다. 가격은 올랐지만 네트워크는 조용한 이 현상은, 우리가 왜 단순한 '가격 투자(AM)'를 넘어 '자산이 실제로 쓰이는 경제(DAT)'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증명한다.
3.3 DAT 채택의 장벽: 회계적 복잡성
AM모델과 달리 DAT 모델은 네트워크 펀더멘털을 직접 성장시키는 '본질적인 채택'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관이 DAT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AM 모델에서는 겪지 않았던 거대한 장벽, 바로 '회계적 복잡성' 때문이다.
특히 ETH나 SOL 같은 '가변적 토크노믹스' 자산을 재무제표에 올리려 할 때, 회계팀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난관에 봉착한다.
1. 자산 평가의 불확실성 기업의 자산은 명확한 총량에 기반해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발행)과 디플레이션(소각)이 실시간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가변형 모델은, '희석 가치(Fully Diluted Value)'를 특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총공급량이 변하면 기업이 보유한 토큰의 지분율 가치가 변동되므로, 이는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2. 수익 인식의 난이도 스테이킹 보상은 기관 입장에서 매력적인 수익원이지만, 회계적으로는 큰 리스크에 가깝다.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ETH 기준 12초) 발생하는 보상은 각각이 '과세 대상 이벤트'로 간주될 수 있다. 수천, 수만 건의 소액 거래를 실시간 시가로 환산하여 수익으로 인식하고 세금을 계산하는 과정은 기업의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에 막대한 부하를 준다.
3. 감사 리스크 가장 큰 장벽은 외부 감사다. 감사 법인은 자산의 흐름과 잔액이 '검증 가능'해야 서명한다. 하지만 복잡한 소각 메커니즘과 변동적인 스테이킹 수익률은 '감사 증적(Audit Trail)'을 남기기 어렵게 만들며, 이는 곧 '감사 의견 거절'이나 '한정 의견'이라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회계적 복잡성은 대규모 채택을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이다." 이것이 ETH와 SOL이 ETF(투자 상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재무제표(DAT) 영역에서는 그 확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거나 일부 기업에 국한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4. 리플의 우위: DAT를 위한 '설계된 신뢰’
3장에서 확인했듯, 기관의 DAT 채택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은 '회계'이다. XRP의 고유한 설계는 바로 이 '회계적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기관이 안심하고 대차대조표에 올릴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4.1 XRP의 해답: 회계적 명료성
XRP의 구조적 디플레이션 모델은 앞서 제기된 '회계적 리스크'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재무적 관점에서 XRP 토크노믹스의 핵심은 간결하다.
"XRP형 DAT는 고정 총량, 자동 소각, 무(無)보상 구조이므로, 재무 처리상 단순한 '비화폐성 디지털 자산'으로 명확히 분류된다."
즉, '스테이킹 수익 인식'이라는 복잡한 과정이 원천적으로 불필요하며, 총량이 오직 '감소'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자산 평가 과정이 극도로 단순해진다.
구분 | XRP형 DAT | ETH·SOL 기반 DAT |
|---|---|---|
공급 구조 | 고정형 (발행 닫힘) | 가변형 (소각·발행 동시) |
발행 리스크 | 없음 | 존재 |
스테이킹 수익 회계 | 불필요 | 필요 |
회계 복잡도 | 낮음 (LOW) | 높음 (HIGH) |
표 2. 자산별 DAT 비교
4.2 예측 가능한 통화 정책
기관 재무팀은 사람이 개입하는 '변수(Policy)'가 아닌, 불변하는 '상수(Code)'를 선호한다. XRP는 "발행이 닫혀 있고, 공급 상한선이 코드로 고정되어 있으며, 통화정책이 변수가 아닌 상수이다."
이는 기업의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에서 '예측 가능한 공급곡선'을 보장한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제도권 금융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4.3 법적 지위 확보: 속성의 증명
XRP의 '구조적 디플레이션'과 '회계적 명료성' 같은 고유한 속성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를 넘어, 이 자산이 법적·제도적으로 어떻게 취급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실제로 XRP는 이러한 속성 덕분에 '자산(Property)'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최근 인도 마드라스 고등법원의 판결이다. 당시 법원은 특정 암호화폐 관련 사건을 심리하며, 압류된 XRP의 법적 성격을 규명해야 했다. 법원은 XRP가 "소유 및 신탁이 가능한 재산(Property)"이라고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이 판결이 DAT 채택에 결정적인 시사점을 주는 이유는, XRP가 투기적 토큰을 넘어 개인과 기업이 법적으로 '소유'하고, '담보'로 제공하며, '회계 처리'할 수 있는 법적 실체임을 사법부가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5. 이론을 현실로: 인프라 확장
XRP가 회계적으로 완벽한 '자산'이라면, 리플은 이 자산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도록 돕는 '인프라'와 '경제 생태계'를 완성했다. 이는 단순한 보관을 넘어 투자, 금융, 그리고 결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다.
5.1 리플의 수직 통합 스택
리플은 '회계적 우위'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도록, 기관이 XRP를 DAT로 즉각 도입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All-in-One'으로 제공한다.
이는 보관(Custody), 재무(Treasury), 거래(Prime), 활용(DAT)이 하나의 수직 통합 구조로 연결되는 완성형 인프라다.
인프라 | 기능 | 기관 DAT에서의 역할 |
|---|---|---|
Ripple Custody | MPC 기반 커스터디 | 기관이 XRP·RLUSD를 안전하게 보관·운용 |
GTreasury (파트너십) | 글로벌 재무관리 시스템 (TMS) | 현금, RLUSD, XRP를 한 화면에서 결제·관리 |
Ripple Prime (Hidden Road) | 프라임 브로커리지 | 기관 거래, 청산, 신용, 담보 관리 |
Evernorth XRPN (DAT) | 상장형 XRP 트레저리 | 기관이 규제 안에서 XRP에 간접 노출 및 활용 |
표3. 리플의 인프라
이 수직 통합 스택은 기관이 DAT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겪는 모든 마찰을 제거하겠다는 리플의 전략을 보여준다. 즉, 기관은 규제 안에서 자산을 매입(Prime)하고, 안전하게 보관(Custody)하며, 기존 재무 시스템에 즉시 연동(GTreasury)하여 사용할 수 있다. XRP의 '회계적 명료성'이 '제도적 인프라'와 만나, DAT 채택을 위한 '원스톱 솔루션'이 완성된 것이다.
5.2 리플 DAT를 위한 전략
리플은 DAT 기업을 위한 인프라 준비와 핵심 전략인 페이먼트를 넘어 RWA, DeFi, Utility라는 3가지 축을 통해 XRP DAT 모델의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5.2.1 RWA
XRPL의 RWA(실물자산) 생태계는 전분기 대비 215.3% 폭증(시가총액 약 3.6억 달러)하며 기관 자금 유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OpenEden (T-Bills):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토큰화 채권(TBILL)을 발행한다. 리플이 직접 1,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관은 보유 자산을 안전한 미 국채 수익률에 연동할 수 있다.
Archax (펀드): 영국 규제 당국(FCA)에 등록된 거래소 Archax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abrdn(애버딘)의 38억 파운드 규모 MMF를 XRPL 위에서 토큰화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가 XRPL 인프라를 통해 전통 금융의 핵심 상품에 직접 접근함을 의미한다.
Ondo Finance (OUSG): 기관은 스테이블코인(RLUSD)을 사용하여 온도의 단기 미 국채 펀드(OUSG)에 즉시 투자하고 환매할 수 있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5.2.2 DeFi 비전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XRPL 기반 자산의 핵심 가치는 네트워크 자체에 '규정 준수(Compliance)'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익명성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DeFi와 달리, 기관이 요구하는 통제권과 투명성을 완벽히 충족한다.
금융 기관급 통제권 (Clawback & Deep Freeze): 토큰 발행자는 Clawback(회수) 기능을 통해, 규제 기관의 명령이 있을 시 특정 계좌에서 발행된 토큰을 강제로 회수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전통 금융 기관이 가진 자금 회수 능력과 동일한 권한을 보장한다. 또한, 지난 5월 활성화된 Deep Freeze(동결) 기능을 통해 발행자는 특정 계좌의 토큰 송수신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어, 강력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
차세대 기관용 인프라 (MPT & ZKP): XRPL은 단순 전송을 넘어 신원, 프라이버시, 데이터 관리를 위한 기능을 탑재하며 기관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는 RWA의 복잡한 매개변수를 저장하는 다목적 토큰(MPT), 영지식증명(ZKP)을 활용한 기밀 MPT, 그리고 KYC/AML 자격 증명을 통한 접근 제어 기능이 포함된다.
신용 시장의 개화 (Lending Protocol): 규제를 준수하는 온체인 신용 시장을 위해 네이티브 대출 프로토콜이 개발 중이며, 이를 포함한 XRPL V3.0.0 수정안이 올해 말 출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기관 채택을 위한 핵심 개정안들이 연이어 활성화됨에 따라, XRPL은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과 유기적인 기관 유입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룰 준비를 마쳤다.
5.2.3 실물 유틸리티
RWA와 DeFi가 온체인 생태계 내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영역이라면, 마지막 퍼즐은 이 거대한 자본을 기존 금융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마스터카드(Mastercard), WebBank(미국 규제 은행), 제미니(Gemini)와의 협력은 단순한 '소매용 카드 출시'가 아니다. 리플과 RLUSD가 겨냥하는 목표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다.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은 '개인이 카드를 쓴다'는 표면적 행위가 아니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정산 구조의 혁신에 있다.
규제와 기술의 결합: 이는 "규제된 미국 은행(WebBank)이, 글로벌 결제 인프라(Mastercard) 위에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RLUSD)을 사용하여, 공용 블록체인(XRPL)에서 거래를 '정산(Settle)'하는 최초의 움직임"이다.
기관 자금 흐름 장악: 이는 소매 결제 시장을 넘어선다. 리플은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기관 자금 흐름이 오가는 금융 인프라의 백엔드(Backend)를 XRPL과 RLUSD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즉, RLUSD는 '제도화된 신뢰'를 무기로, 기존 레거시 금융망의 복잡하고 느린 정산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대체하는 더 크고 근본적인 길을 열고 있다. 이로써 보관, 투자, 금융을 넘어 결제까지 이어지는 XRP DAT 모델의 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6. 가격을 넘어 경제의 통합으로
시장에게 ETF 승인은 '가격 상승'의 신호탄이었지만, 네트워크 데이터는 자산이 수탁사의 금고에 잠기는 '격리형(Caged) 채택'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기존의 BTC 기반 DAT 모델이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단순히 장기 '보유(HODL)'하는 데 그쳤다면, XRP DAT 모델은 차원이 다른 궤적을 그린다. XRP는 리플의 인프라(Prime, Custody, Payments)와 결합하여 실제 결제, 담보, 유동성 공급에 사용되는 '활동하는 자본'이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기업 DAT를 통한 기관 도입의 선제적 준비'와 '실물 자산(RWA) 지표와 연계된 DeFi 비전', 그리고 기관과 연계되는 실물 유틸리티까지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회계적 명료성을 기반으로 한 XRP DAT 채택은, 기업이 규제 리스크 없이 대차대조표에 자산을 편입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닌, 실제 글로벌 시장의 '자본 이동'으로 증명되고 있다.
미국: Trident Digital Tech(5억 달러)를 필두로, Webus International(3억 달러), Wellgistics(5천만 달러), Nature's Miracle(2천만 달러), Reliance Group Global(1천 7백만 달러), Hyperscale Data Inc.(1천만 달러) 등이 구체적인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Vivopower는 비상장 리플 주식 매입과 함께 XRP 인수를 위한 1,900만 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을 단행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일본 및 글로벌: 일본의 금융 대기업 SBI Holdings는 3분기 말 기준 약 1억 달러 이상의 XRP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기관이 XRP를 단순 '토큰'이 아닌 '장기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다. 또한 일본 게임사 Gumi도 1천 750만 달러 상당의 매수 계획을 밝히며 XRP 채택이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DAT 모델의 진정한 'Real Case'는 리플이 실현할 것이다. 단순한 공급 감소 효과를 넘어, 기업의 실제 활용이 네트워크 트랜잭션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수수료 소각(구조적 디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경제적 플라이휠'이 작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XRP는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보유'를 넘어 '사용'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는 '능동적 자본'이자, 실물 경제를 지탱하는 금융 인프라의 백엔드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아티클 핵심 정보 출처
Cointelegraph - XRP gets legal recognition as property in India
Messari - State of XRP Ledger Q3 2025